고마워, 굴비
고마워, 굴비
양손에 빵과 마우스를 쥐고서 노트북 앞에 한참 앉아있기만 하는데도 배고프고 지치는 오후다. 초콜릿 과자 여러 개의 비닐이 나도 모르는 사이 벗겨져 선풍기 바람에 날리고 있다. 빵에서 나는 밀 냄새와 당을 충분히 올려주는 초콜릿도 좋지만... 뜨끈한 국물이랑 짭짤한 반찬을 올려 먹는 밥 한 숟갈이 그립다. 집에서 집밥을 그리워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점심에 "오늘은 바람이 가을 같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서 생각해보니 에어컨 없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먹거리를 살겸 잠시라도 나갔다 와야지 하다가 오늘은 장을 보러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았다. 냉동실 밖에서도 느껴지는 굴비의 존재감. 지난 주말 엄마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온 굴비는 호시탐탐 식탁 위에 올릴 기회를 노리는 고양이 같은 인간의 시선을 두꺼운 냉장고 문짝 안쪽에서도 느꼈을 것이다.
자린고비가 묶어놓고 밥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쳐다보았던 생선, 손으로 뜯어 살을 발라내 소복하게 얹은 숟가락이 아끼는 사람을 향하게 하는 생선, 감기가 든 날에 밥을 물에 말아 먹으면서 곁들이던 굴비는 더 깊은 맛을 냈다. 오늘 저녁의 굴비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에 굴비 다섯마리를 뛰놀게 하고 기름을 부은 양면 프라이팬 앞에 서서 자꾸만 덜 구워진 굴비를 뒤집는다. 튀김 옷을 걸쳐 굴비가 타는 걸 조금이나마 피하려던 노력이 무색하게도 굽는 이의 망설임 사이 얼굴이 검게 그을린 채 접시에 올라간다. 원망스런 굴비의 눈초리가 느껴진대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고마워, 굴비.
양손에 빵과 마우스를 쥐고서 노트북 앞에 한참 앉아있기만 하는데도 배고프고 지치는 오후다. 초콜릿 과자 여러 개의 비닐이 나도 모르는 사이 벗겨져 선풍기 바람에 날리고 있다. 빵에서 나는 밀 냄새와 당을 충분히 올려주는 초콜릿도 좋지만... 뜨끈한 국물이랑 짭짤한 반찬을 올려 먹는 밥 한 숟갈이 그립다. 집에서 집밥을 그리워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점심에 "오늘은 바람이 가을 같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서 생각해보니 에어컨 없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먹거리를 살겸 잠시라도 나갔다 와야지 하다가 오늘은 장을 보러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았다. 냉동실 밖에서도 느껴지는 굴비의 존재감. 지난 주말 엄마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온 굴비는 호시탐탐 식탁 위에 올릴 기회를 노리는 고양이 같은 인간의 시선을 두꺼운 냉장고 문짝 안쪽에서도 느꼈을 것이다.
자린고비가 묶어놓고 밥 한 숟가락을 뜰 때마다 쳐다보았던 생선, 손으로 뜯어 살을 발라내 소복하게 얹은 숟가락이 아끼는 사람을 향하게 하는 생선, 감기가 든 날에 밥을 물에 말아 먹으면서 곁들이던 굴비는 더 깊은 맛을 냈다. 오늘 저녁의 굴비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될까.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에 굴비 다섯마리를 뛰놀게 하고 기름을 부은 양면 프라이팬 앞에 서서 자꾸만 덜 구워진 굴비를 뒤집는다. 튀김 옷을 걸쳐 굴비가 타는 걸 조금이나마 피하려던 노력이 무색하게도 굽는 이의 망설임 사이 얼굴이 검게 그을린 채 접시에 올라간다. 원망스런 굴비의 눈초리가 느껴진대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고마워, 굴비.
협찬: 엄마 굴비, 육개장과 북어구이, 어머님 배추김치와 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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