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 볶음, 참치 비빔밥
애호박 볶음과 참치 비빔밥
무거운 공기 속에 모든 일이 멈춰있다.
작은 공간에 늘어가는 먼지, 과일과 채소가 늙어가는 신선실, 장마의 꿉꿉함을 걸친 빨래들.... 늦은 오후 에어컨을 멈추고 창문을 열었다. 며칠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줄리앤줄리아를 틀어놓고 애꿎은 냉장고를 뒤적였다. 요리가 나오는 장면을 놓치고 다시 돌려보면서 닭다리 묶기에 실패하고 부엌이 엉망이 된 줄리의 마음을 생각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 어스러진 주위가 더 잘 보인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걷었다. 냉장고에서 빨리 물러버리는 애호박이 자꾸만 신경 쓰이는 밤이다. 애호박이란 어느 요리에 넣어도 알차게 자리한다. 특히 굳세고 단단한 당근이나 눈물 없이는 만날 수 없는 양파, 고추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썰려서 이 순간 내가 최고의 요리사가 된 느낌을 선사해준다. 결혼 후 부엌에서 보내는 서툰 시간을 도와준 고마운 녀석이다. 애호박 한 덩이로 저녁 밥상이 맛있는 무게를 잡고, 냉장고 반찬 통 하나가 꽉 차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마트에서 구해온 참치캔이 있으니 회덮밥처럼 참치 비빔밥을 먹어야지. 입맛을 돋워줄 초고추장을 만든다. 애호박 볶음과 같이 먹을 만한 채소를 찾다가 아직도 풍성한 초록을 내뿜는 부추를 꺼낸다.
재료: 남은 애호박, 양파 하나, 홍고추 하나, 다진 마늘
참기름 1/2, 식용유1, 참깨 약간, 소금 조금, 후춧가루 약간, 간장1
참치통조림, 남은 부추, 초고추장 소스(매실청 1, 고추장 1, 식초 1)
1. 애호박은 반으로 얇게 자르고, 양파도 먹기 좋게 채썬다.
마늘과 홍고추도 다지고 썰어 준비한다.
2. 애호박에 물기가 생길 정도까지 소금에 절인다.
3. 프라이팬에 참기름 1/2 숟갈에 식용유 1숟갈을 넣고
다진 마늘을 볶아 마늘 기름을 만든다.
4. 프라이팬에 애호박과 양파를 넣고 마늘 기름에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5. 간장 1숟갈 넣고 간이 잘 배도록 한다.
6. 홍고추를 넣고 함께 볶는다.
7. 소금, 후춧가루, 참깨를 적당히 넣어 버무려준다.
8. 반찬통에 담아 식힌다.
9. 식초와 매실청과 고추장을 1:1:1 비율로 섞어 초고추장을 만든다.
10. 썰어놓은 부추와 기름기를 뺀 참치를 한상 차린다.
11. 모두 한 데 잘 섞어 가장 먹음직 스러울 때 먹는다.
시원한 매실차와 함께 먹으면 매콤한 맛을 다스려 더위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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