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반찬과 순두부 찾기 찌개
기다려 반찬과 순두부 찾기 찌개
'기다려 반찬'은 만들기 전에 불리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반찬을 말한다. 지난주 만들어둔 연근 조림과 식탁의 행렬을 함께 할 오이지와 콩자반을 만들었다. 오이지와 콩자반은 30분 이상 물에 담가 오이지의 소금기를 빼고 콩을 불려야 하는 기다림의 반찬이다.
지난봄에 어머님께서 담아 주셨던 오이지. 어머님께 묵직한 오이지 통을 받았을 때 나는 뭐든지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쟁이였다. 그러나 곧 우리집 냉장고 앞에서 나는 게으름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있는 반찬부터 다 먹고 해 먹지 뭐."라고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오이지 통을 열어보니 "오늘이 아니면 안 돼. 더 미루다간 우리의 맛을 못 보고 말걸." 이라는 듯 오이가 마지막 춤을 추고 있었다.
오이지를 마주하는 나처럼 월요일을 마주하는 나도 마찬가지. 어젯밤만 해도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던 월요일은 좀 더 일찍 일어날걸, 좀 더 정성을 들일걸. 이런 마음으로 깊어가고 있었다.
오이를 물에 담그고, 검은 콩도 물에 담근다. 비가 갠 오후, 잔잔한 물에 들어가 앉은 오이와 콩을 보면서 어제 우연히 리모컨을 돌리다 본 일본 드라마 "낮의 목욕탕과 술"을 생각했다. 회사원인 주인공이 한낮에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커피 우유의 유혹을 뿌리치고서 맥줏집에 들어간다. 맛있는 안주를 곁들여 세상 가장 맛있는 맥주를 마신다. 복귀(드라마에서는 리턴이라고 표현했음) 전의 짧은 오후의 평화를 만끽한다.
...
오이와 검은 콩이 목욕하는 동안 나도 평화로운 오후의 장을 보러 나선다.
기다려 반찬
콩자반 만들기: 검은콩을 익히다가 간장4, 꿀2을 넣고 조린다.
물기가 없어질 때쯤 참기름을 넣어 윤이 나게 조린다.
약불에 조려야하는데, 중간불에 조려 딱딱하고 조금은 탄 콩자반
확신이 없어 간장을 더 넣어 짠 콩자반이 되었다.
오이지 만들기(어머님 레시피): 오이지를 얇게 썰어 물기를 꼭 짠다.
다진 마늘, 채썬 파,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후 깨를 뿌려 먹는다.
콩국수와 먹으면 환상적인 맛이 펼쳐진다.
순두부 찾기 찌개
순두부 찌개 끓이기(2~3인분) : 순두부1봉, 느타리버섯 두줌, 홍고추1, 풋고추1, 대파
돼지고기 앞다리살 찌개용(돼지고기 양념: 다진 마늘1, 다진 생강 조금, 소금 약간, 미림1,
후춧가루 약간), 참기름1, 고춧가루2, 배추김치 작게 잘라서 준비
1.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장에 재운다.
2. 홍고추, 풋고추, 대파를 어슷썰어 준비하고, 배추김치는 먹기 좋게 작게 자른다.
3. 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둘러 돼지고기를 볶는다.
4. 김치를 넣어 볶다가 고춧가루를 2스푼 넣어 매운 강도를 높인다.
5. 물을 3컵 넣고 끓으면 순두부를 넣어준다.
(이때 순두부를 풀어 넣지 않고 덩어리 그대로 넣어야 순두부를 찾는 찌개가 되지 않는다.)
6. 순두부가 끓으면 느타리버섯과 홍고추, 풋고추, 대파를 넣고 뜨겁게 끓여준다.
순두부 찌개에서 순두부를 찾는 중...
오늘 이 페이지를 쓰다보니 이 곳은 요리 실패담을 담은 블로그같다.
그래도 지난주보다 나아진 색깔의 계란말이를 보면서
혼자 마주하는 낯선 요리, 해야 할 일, 다른 사람
겁내지 않고 다가가길 바라는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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