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원두! 그라인더

원더풀 원두! 그라인더 





거실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일찍 다녀온 제주도 여름 휴가를 떠올린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휴가 분위기를 내고자 옷장에서 가장 짧은 청바지를 가져갔었다. 나흘 내내 살에 닿는 바람이 유난히 차서 긴 바지를 다시 꺼내야 했던 제주의 공기가 그립다. 그리고 제주시에서 지내시는 삼촌께서 소개해주신 노형동 커피집 '신비의 사랑'에서 몸을 녹이며 뜨겁게 마셨던 커피도.

커피라면 라떼 밖에 모르는 우리 부부에게 삼촌이 갓 볶은 원두 두 봉지를 선물해 주셔서 소중히 가져왔는데 막상 서울에 도착하니 원두를 갈 곳이 없었다. 동네에서 원두를 볶는 커피집을 두리번거리다가 원두를 가져오면 갈아주겠다는 곳을 찾았지만 더운데 괜한 일을 드리는 것 같아 다시 방문하지 못했다. 그 사이 원두가 가장 맛있는 시간이 지났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수동 그라인더를 주문했다.

나무 손잡이가 달린 그라인더 안에 원하는 만큼 원두를 담고 조금씩 갈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맷돌처럼 커피를 넣고 손으로 가는 원두 소리가 참 듣기 좋다. 오늘 개봉한 원두는 '사랑 블렌드' 밤 커피인지라 우유에 연하게 타니 더 고소하게 느껴진다. 남편은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나는 따뜻하게 불어 마신다. 그라인더가 있어 원두가 하품하고 있는 찬장이 더욱 든든한 밤이다.


 
원두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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