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맞다.


    
더는 외할아버지가 돌아오시지 않는 집에서 외할머니는 슬픔을 추스르며 떡볶이를 만드셨다. 그 날 입안에 가득 넣었던 떡볶이는 난생처음의 맛이었다. 물기 없이 기름에 바싹 튀겨 고추장을 곱게 바른 맛…. 떡볶이라는 음식은 고유명사가 아니었다. 음식의 맛이란 누가 만들고 누가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형용사 같은 것이었다.

'마치맞다'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 꼭 알맞다.'라는 의미의 형용사로 경북, 전남의 방언이다. 외할머니가 생전에 습관처럼 쓰시던 표현으로 엄마와 나에게도 익숙하고 그리운 말이다. 경기도 양평이 고향인 할머니가 경북, 전남의 방언을 어떻게 쓰시게 되었는지 미스터리하다. 이제 할머니는 내가 전화를 걸 수 없는 곳에 할아버지와 함께 계시지만 '마치맞다.'라는 말의 아득한 편안함은 가끔 혼자서 중얼거리게 한다. '응. 나 지금 꼭 마치맞아...'라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레시피 마치맛'은 딱 적당한 맛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이 블로그는 스스로 허기진 기분을 달래기 위해 만들었다. 매일 직접 만드는 요리,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곳곳을 찍어 올릴 것이다. 얼마 전 공항 면세점에서 산 36색 색연필로 그림도 그리고 떠오르는 글도 적어보려고 하는데 내가 얼마나 단조로운 색과 단어들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금세 알아차릴 것만 같다. 나만의 맛을 넘어서기 위해 전 세계 다른 이의 생각(요리와 가게, 글과 그림, 꿈….)에도 귀 기울여 보려고 한다.

당신이 망망대해 정보의 바다에서 어떠한 검색어와 함께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게을러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블로거에게 가끔 당신의 안부를 전해주길 부탁한다.

- 2017년 7월의 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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